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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술 미래, 사케에서 찾다] 수백 년 전통에 ‘젊음·혁신’ 더해 세계의 술로…
우리나라 전통주가 다시 붐이다. 젊은이·어르신 할 것 없이 우리 술 배우기 열풍이고 전국적으로 양조장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의 전통주 비중은 아직 1% 수준. 미래 전망은 엇갈린다. ‘반짝 인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고, 급속도로 성장할 거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K술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부산일보>는 <서일본신문사>과 공동취재로, 우리보다 먼저 세계로 진출한 ‘사케(일본술)’의 현재를 살피고 우리 술의 미래를 짚어 본다. 전통주 전문가인 조태영 대표(양조장 ‘기다림’)와 사케 전문가 다카미 히로유키 대표(‘알 유니콘 인터내셔널’)가 동행했다.
■ 170년 전통과 최신 기술의 만남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쌀 산지로 유명한 이토시마 지역의 한 도로변. 커다란 붓글씨체로 ‘白糸’(시라이토)라 적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55년 창업해 지역 대표 양조장으로 자리잡은 시라이토 주조의 본거지다.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한 은발의 다나카 노부히코(70) 대표는 7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양조장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나무 지렛대 모양의 기구가 눈에 들어온다. ‘하네기’라 불리는 전통 술짜기 방식이다. 오후 2시께, 직원 2명이 달라붙어 8m 길이의 참나무 한쪽 끝에 커다란 돌을 하나씩 매달기 시작한다. ‘쩍쩍’ 무게에 눌린 나무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가 커질수록 기구 아래 놓인 통으로 걸러진 술이 채워진다.
하네기 방식으로 술을 짜는 건 일본 전체에서 시라이토 양조장이 유일하다. 생산 속도와 양을 늘리기 위해 양조장마다 술짜기 공정을 기계로 바꿨지만 시라이토는 170년째 전통을 고집한다. 다나카 대표는 “하네기는 술 한 통을 짜는 데 꼬박 48시간이 걸리고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기계가 할 수 없는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며 “나무와 돌의 조합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1855년도부터 지금껏 똑같은 기구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그가 건넨 명함의 로고도 ‘하네기’를 본뜬 것이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 양조장의 근간이 로고 하나에 담겼다. 다나카 대표가 즉석에서 걸러지고 있는 원주를 받아 취재진에게 건넸다. 보통의 사케와는 다른, 갓 짜낸 신선함이 느껴지는 맛이다.
마지막 공정인 술짜기는 에도 시대 방식이지만, 나머지 공정은 현대식이다. 누룩방과 건조실, 효모 배양실과 분석실 등 공간마다 실험실 못지않은 기계 장비가 그득하다. 최신 설비를 활용해 잡균을 막고, 발효 온도를 관리해 술의 품질을 유지한다. 발효실에는 1500L짜리 대형 철재 탱크 14개에서 술이 익어 가는 중이다. 내년 봄까지 110개 탱크 분량이 만들어진다.
다나카 대표는 “과거에는 ‘도우지’(총책임자)의 경험에 의존했지만 요즘엔 데이터 덕분에 젊은 세대에게 술을 맡길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술도 만들고 있다”며 “새로움도 전통의 일부이며, 그래야 회사가 이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세 아들이 양조장 운영에 참여한 이후 개발한 술 ‘다나카65’는 출시되자마자 현지 주목을 받았다.
■ 기본기에 새로움 더하는 ‘젊은 리더십’
사케의 새로운 도전은 젊은 세대가 양조장을 물려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확산하는 추세다. 후쿠오카현 구루메 지역의 야마노 고토부키 주조도 5년 전 30대의 나이에 가타야마 이쿠요(44) 대표가 전면에 나서며 변화를 맞았다.
둘째 딸로서 아버지의 뒤를 이은 가타야마 대표는 초반 2년간 기본 다지기에 충실했다. 그는 “‘다도’의 기본 정신을 떠올리며 술 빚기의 기본에 신경을 썼다”며 “우선은 업계 선배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각종 품평회에서 수상을 하며 기본기를 갖추자 비로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0년 선보인 ‘프리스크 1·2’가 대표적이다. ‘프리스크 1’은 누룩 가스를 남겨 탄산감이 있고, ‘프리크스 2’는 수제맥주 같은 과실 향이 특징이다.
지난해부터는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야마다니시키’ ‘오마치’ 같은 술전용쌀 품종이 아니라 일반쌀로 술 빚기에 나선 것이다. 가타야마 대표는 “코로나 기간에 우연히 200년 전 창업자의 일기를 발견했는데, 양조장 창업 배경이 적혀 있었다”며 “쌀이 풍부한 반면 겨울 산업이 없는 이 지역을 위해 양조장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창업 정신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마노 고토부키 양조장은 현재 전체 사케 생산량 중 70%는 술전용쌀, 30%는 지역에서 재배한 일반쌀을 쓴다. 작년 봄 첫선을 보인 일반 쌀 사케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증산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가타야마 대표는 200년 넘게 이어 오던 도우지 제도도 없앴다. 대신 직원 5명과 함께 디자인·영업·술 빚기·분석까지 모든 작업 내용을 단체 채팅방으로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대표-도우지-직원’의 수직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꾼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양조장이기에 가능한 실험이기도 하다.
다카미 대표는 “옛날 아버지 세대라면 인정받기 힘든 새로운 리더십”이라며 “요즘 시대와 잘 맞아떨어져 재밌는 술이 등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쌀 생산자와 사케 양조장의 ‘공생’
일본 사케와 우리나라 전통주는 쌀·물·누룩을 쓴다는 점에선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재료부터 공정까지 차이가 난다. 특히 원재료인 쌀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사케는 술전용쌀(주조호적미)을 주로 사용하는데, 1930년대 효고현에서 개발된 ‘야마다니시키’ 품종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술전용쌀은 생산자와 양조장 사이의 ‘계약재배’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야마다니시키가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후쿠오카현 이토시마 지역도 주 생산지 중 하나가 됐다. 한때 효고현에 이어 전국 2위 생산량을 자랑했는데 현재는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JA(농협)이토시마 양조쌀협회 호리타 가츠유키 협회장은 “야마다니시키는 일반쌀에 비해 재배가 어렵지만 가격이 높기 때문에 농가 수익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계약 물량과 실제 수확량이 차이가 나더라도, 전체 양조장에 적절하게 물량을 배분하며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쌀 생산자와 양조장의 ‘상부상조’ 관계가 사케 산업의 든든한 토대인 셈이다.
구루메 지역 125년 역사의 모리노쿠라 양조장은 계약재배를 넘어 쌀 생산에 직접 관여한다. 자체 논을 보유 중이고, 계약재배 논도 수시로 방문해 일손을 돕는다. 모리나가 가즈히로(52) 대표는 “여러 음식에 어울리는, 식탁 활용도 높은 술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부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러려면 원재료가 우수해야 하는데, 특히 대표 브랜드인 ‘모리노쿠라’와 ‘고마구라’ 2종은 지역 쌀만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리노쿠라 양조장의 ‘자연 순환’ 철학도 흥미롭다. 수확한 쌀로 사케를 만든 뒤 남은 지게미로 소주를 빚고, 소주 지게미는 비료로 써서 다시 쌀을 재배하는 식이다. 조태영 대표는 “10년 전 부산에 전통주 양조장을 설립하면서부터 비슷한 방식을 구상해 왔는데, 술 빚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전체를 재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다”며 “우리나라 양조장도 적극 도입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사가현(일본)/글·사진=이대진·히라바루 나오코(서일본신문)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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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5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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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강 바람에 동백꽃 띄운 ‘부산 막걸리’ [술도락 맛홀릭] <18>
가가호호 술을 빚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100년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급된 지역특산주 면허만 1400건에 이르고, 해마다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가 탄생한다.
전통주엔 지역의 특색이 오롯이 담겼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술을 빚어, 특산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부산일보>는 ‘술도락 맛홀릭’ 기획시리즈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하고, 지역의 맛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등 전통주 전문가도 힘을 보탠다.
부산의 시화(市花) ‘동백꽃’. 부산 대표 술을 꿈꾸며 ‘동백’을 앞세운 양조장이 있다. 전통주 교육기관에서 만나 협동조합을 꾸리고, 술 빚기에 매진해 온 지 4년. 코로나 팬데믹의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10년은 해 보겠다’며 묵묵히 인생 2막을 일구는 주인공을 만났다.
■ 수영강변에서 피어난 양조장
가을은 바람을 타고 온다. 수영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청명한 하늘처럼 시원하다. ‘부산동백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양조장 겸 전통주점 ‘동백1917’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사시사철 4색 바람이 이는 수영강변에 자리한다. ‘동백1917’ ‘우리술양조장’이라 쓰인 파란 간판에서 입구로 시선을 옮기자 장독대가 줄지어 놓였다. 초창기 시행착오의 흔적이다.
“처음엔 독으로 술을 빚어 봤는데, 온도에 민감하다 보니 술맛이 제대로 안 나더라고요. 정말 술을 엄청나게 버렸어요. 장사해서 돈을 버는 족족 설비 갖추고 레시피 개발하는 데 쏟아부었죠.”
부산동백협동조합 김경민(56) 이사장의 몇 마디에 우여곡절의 시간이 스친다. 따뜻한 백열전구와 아늑한 테이블, 통유리창 너머 수영강 물빛까지. 매력적인 분위기의 동백1917은 보이는 것 이상의 많은 사연을 지녔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지금의 공간을 마련한 건 2019년 12월. 우리 술과의 우연한 만남이 김 이사장을 ‘주(酒)님’의 세계로 이끌었다.
“남편이 옛날부터 소주를 배우고 싶어 했어요. 자꾸 같이 가자고 해서, 지금은 사라진 전통주 교육기관 ‘연효재’에 등록을 했죠. 맨 처음 빚은 딸기주를 집에 가져와 발효시킨 뒤 마셨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술은 처음이었어요.”
우리 술에 매료된 그는 함께 술을 배우던 동기 4명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계속 술을 빚기로 뜻을 모았다. 호기롭게 모였지만 전통주 경력은 1년 동안 연효재에서의 술 빚기가 전부. 이들은 폐가처럼 방치된 상가를 손수 청소해 공간을 마련했다. 문제는 술이었다. 5명 모두 취향이 달랐다. 각자 빚은 술을 비교해 가며 만들었다 버리기를 수십 번. 6개월이 지나서야 조합원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술이 탄생했다. 처음 완성된 술은 14도짜리 원주인 ‘흥(興)’, 여기에 물을 섞은 게 ‘동백1917’(9도)이다. 김 이사장은 틈틈이 스페셜 막걸리 ‘범벅’(14도)도 빚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동백1917은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다른 술들을 정리하고, 오로지 ‘동백표’ 술만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다른 양조장의 여러 전통주를 함께 팔았는데 장사가 잘 됐어요. 그런데 점차 술집처럼 되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과 완전히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1년 만에 과감하게 다른 술은 싹 빼 버리고, 우리 술에만 집중하기로 했죠.” 이후 운영은 힘들어졌지만, 김 이사장은 지금껏 초심을 고집하고 있다.
■ 깔끔한 산미, 부담 없는 묵직함
부산동백협동조합의 술은 모두 두 번 빚는 이양주다. 첨가물 없이 쌀·물·누룩만으로 만드는데, 전통누룩 대신 개량누룩(입국)을 쓴다. 밑술 단계에선 멥살 100%, 덧술에는 멥쌀과 찹쌀이 3 대 2 비율로 들어간다.
“20~30대 젊은이들에게도 어필하려면, 텁텁한 맛의 전통누룩을 쓰는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도 전통주니까 밀누룩을 고집하는 조합원도 있었는데, 결국엔 입국으로 빚은 술맛이 더 깔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죠.”
부산동백협동조합의 대표 술은 양조장과 이름이 같은 ‘동백1917’이다. 부산의 상징이자 양조장의 상징이기도 한 동백꽃이 라벨에 그려진 프리미엄 생막걸리다. 밝은 베이지 빛깔의 술을 잔에 따르면 은은한 향이 번진다. 산미가 있는 계열인 데다 알코올 도수도 여느 막걸리보다 높은 9도이지만, 목 넘김은 부드럽고 깔끔하다. 도수를 모르고 꿀떡꿀떡 마시다 보면 어느새 취해 버리기 십상이다.
‘범벅’은 요구르트나 우유를 닮은 새하얀 빛깔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밑술과 덧술 모두 고두밥을 쓰는 ‘동백1917’과 달리 ‘범벅’은 이름처럼 범벅으로 밑술을 만든다. 불린 쌀을 갈아서 곱게 체를 친 다음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범벅을 만든다. ‘반생반익’의 범벅과 입국을 골고루 버무려 1차 발효(밑술)를 하고, 고두밥으로 2차 발효(덧술)를 한 뒤 냉장고에서 후발효까지 해야 술 한 병이 완성된다. 짧게는 한 달 반에서 길게는 두 달이 걸리는 고단한 작업이다.
범벅을 한 모금 들이켜면 입 안에서 고운 입자가 느껴진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적당한 산미가 어우러져 개성이 분명하다. 14도인 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묵직함을 지녔다. 한 병이 만들어지기까지 고생스러운 과정을 알고 나니 범벅의 풍미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부산동백협동조합의 술들은 병 라벨에 쓰인 글씨도 인상적이다. 오상렬 캘리그라피 작가의 작품이다. 가게 한편에는 같은 느낌의 글귀가 적힌 술잔들도 진열돼 있다. “저희 술병의 모든 디자인에는 오 작가님 작품이 들어 있어요. 술잔도 마찬가지인데, 마음에 드는 잔을 골라서 마시는 재미도 있답니다.”
■ 막걸리 본연의 맛 느끼려면…
부산동백협동조합의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즐기려면 ‘동백1917’을 직접 방문하는 게 최선이다. 여러 안주 중에서도 김 이사장의 추천 메뉴는 ‘하동 도토리묵구이’다. 사찰요리에서 유래했는데, 묵에 쌀가루를 입혀 구운 뒤 숙주나물·파프리카 등 채소와 곁들여 먹는다. 별다른 간 없이 담백하면서도 고소해, 동백의 산미와 범벅의 걸쭉함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다.
바삭하게 구운 치즈 감자전도 잘 어울린다. 여느 전과 달리 기름지지 않고 치즈와 감자의 향미도 과하지 않아 배를 든든하게 하면서 막걸리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좋다. 동백1917의 안주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원하는 음식을 가져오거나 배달시켜도 된다.
부산동백협동조합은 최근 또 한 번 변화를 맞았다. 지난 여름 농업법인을 설립해 지역특산주 면허를 얻었고, 추석 즈음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고객과의 접점이 넓어지면서 제품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전통누룩으로 빚은 새로운 막걸리 출시를 앞두고 있고, 동백1917에 홍국쌀을 넣은 핑크색 막걸리도 개발을 완료했다. 또 동백1917의 후발효 과정에서 식용 동백꽃잎을 넣어 동백의 상징성을 살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청주에 이어 남편의 희망사항이던 증류주(소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그나저나 양조장 이름이 왜 ‘동백1917’인지 궁금하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에 집집마다 빚던 술인 가양주를 금지시켰거든요. 대가 끊긴 가양주 문화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의미와 의지를 이름에 담았습니다.”
김 이사장은 남편의 손에 이끌려 덜컥 우리 술의 길로 들어섰지만, 1917에 담긴 무게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술을 빚는 작업이 몸은 힘들지만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딱딱 나오거든요. 중독성이 있어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려면 10년은 해 봐야죠.”
부산동백협동조합은 다음 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메가쇼 박람회에 이어 베트남 식품박람회에도 부산 대표 업체 중 하나로 참가한다. 10년 뒤 부산을 넘어 각지에서 ‘동백’꽃이 활짝 피어나 ‘흥’겨움으로 ‘범벅’이 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제품명 : 동백1917
-양조장 : 부산동백협동조합(부산 수영구)
-내용량 : 500mL
-알코올 : 9.0%
-원재료 : 정제수·쌀·입국
-제품명 : 범벅
-양조장 : 부산동백협동조합(부산 수영구)
-내용량 : 500mL
-알코올 : 14.0%
-원재료 : 정제수·쌀·입국
[기자들의 시음평]
▶김희돈 스포츠라이프부 부장
동백1917 “산미가 강하지만 끝맛에서 희미해진다. 달지 않아 쉽게 질리지 않겠다. 담백한 두부김치와 어울릴 듯.”
범벅 “첫 모금부터 입자감이 느껴진다. 한 사발 마시면 밥 한 그릇 먹은 듯 묵직함과 든든함이 느껴진다.”
▶남형욱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동백1917 “살짝 요구르트 맛이 나는 게 발효가 굉장히 잘 된 것 같다. 새콤하면서 무겁지 않고 끝맛은 고소하다.”
범벅 “범벅이란 이름처럼 입 안을 막걸리 맛과 입자로 감싸 주는 느낌이다. 벌컥벌컥 들이켜긴 어려울 듯.”
▶김보경 디지털미디어부 PD
동백1917 “입에 머금으면 혀에서 탄산감이 느껴진다. 새콤하면서 묵직한 떫음도 있어 남녀불문 좋아할 맛이다.”
범벅 “끝맛에서 탄산과 함께 묵직한 쌉싸름함이 남는다. 도수에 비해 부드러워 애주가들이 좋아할 것 같다.”
▶이정 디지털미디어부 PD
동백1917 “처음에 요구르트 향이 강해 인상적이다. 초반에는 딸기 맛이 난다. 산미가 있어 제육볶음이랑 어울릴 듯.”
범벅 “입자가 눈에 보이는데, 막상 마시니 콩국처럼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확실히 진한데, 끝맛은 가볍다.”
[전문가의 맛 코멘트]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동백1917 “밝은 베이지 컬러의 막걸리로 부드러운 곡향과 함께 은은한 요구르트 향이 느껴진다. 맛에서도 적절한 산미와 라이트한 단맛, 약간의 쓴맛이 느껴지는데 전체적으로 편안한 맛을 지닌 음용성이 좋은 막걸리다.”
범벅 “뽀얀 컬러의 탁주로 쌀가루·곡물의 향이 느껴지며 잔에서 작은 입자들이 촘촘히 만들어 내는 밀도감이 느껴진다. 맛에서는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단맛이 적당히 있지만, 뒤이어 쌉싸래함과 쓴맛이 존재를 드러내고 알코올감도 발산해 14도의 술임을 인지하게 한다. 이름에서 호기심을 자아내고, 맛에서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견과류가 들어간 통곡물빵이나 바게트를 안주 삼아 먹으면 딱 좋겠다.”
2023-10-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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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서 내놓은 고등어 요리는 어떤 맛일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가 시작되면서 먹거리 안전이 걱정이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평생 해산물을 멀리할 순 없는 노릇. 회·어탕·생선구이 등 다양한 바다 요리가 발달한 부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세간의 불안감을 아는 식당들은 신선한 재료, 맛의 본질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음식 전문가부터 동네 주민까지 다양한 입맛의 추천을 받아, 믿고 먹을 수 있는 생선 요릿집 3곳을 소개한다.
■ ‘고등어’ 연구하는 사람들
버스를 타고 부산역을 지나 남포동으로 가는 길. 중앙동쯤에서 오른쪽 차창 밖으로 간판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등어연구소’. 부산 시어(巿魚)인 고등어를 연구하는 기관이라도 생긴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들 SNS에 하나둘 ‘후기’가 올라오며 의문이 풀렸다. 연구소의 정체는 요리전문점이었던 것.
며칠 뒤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자리를 잡았다. 키오스크로 대표메뉴인 ‘고태솥밥+오차즈케’ ‘고등어 온소바’를 주문하자 주방에서 금세 한 그릇씩 내어 준다. 두 음식 모두 큼지막한 고등어 순살구이가 두 덩이씩 얹혀 있다. 밥을 감싼 고등어와 국수에 빠진 고등어. 비주얼만 보면 비릴 것 같은데, 일단 향부터 예상을 깬다. 신기할 정도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맛은 어떨까. 테이블 위에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안내돼 있다. 먼저 고태솥밥+오차즈케. 솥밥 위의 고등어 살을 젓가락으로 잘게 으깨 밥·고명과 함께 잘 비빈다. 이어 공기에 덜어낸 뒤 간장과 고추냉이로 간을 맞춘다. 녹차 베이스의 오차를 부어 국밥처럼 먹어도 된다.
안내대로 부지런히 ‘작업’한 다음 한 숟갈을 뜨자 입안 가득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한다. 밥 한술에 고등어 구이 한 점 얹어 먹던 익숙함과, 기름진 생선임에도 비리지 않은 낯섦. 입맛에 싱겁다면 달짝지근한 간장을 넣어 비비거나 고추냉이와 함께 김에 싸 먹어도 좋다.
고등어 온소바도 솥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메밀 면은 기성품이 아니라 기장에서 수제를 공수해온다고 한다. 쪽파를 띄운 육수에다, 고등어 위에 살짝 유자 껍질을 올려 상큼함을 더했다. 면 한 끼에 고등어가 더해지니 든든하다.
그런데 식당 이름이 왜 고등어연구소일까. 고등어 레시피를 계속 연구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겠다는 김동주(34) 대표의 다짐을 담았다고 한다. 비린내 잡는 비결, 특제 소스와 고등어 껍질 벗기기도 연구의 결과물이다.
올 6월에 문을 연 고등어연구소는 현재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쓴다. 김 대표는 겨울께 우리나라 고등어철이 돌아오면 국내산으로 바꿀 예정인데, 값은 1만 원 아래를 고수하겠단다. 고태솥밥+오차즈케와 고등어 온소바 각 9800원.
■ 30년 역사, 솥에서 고아 낸 ‘바닷장어’
여름 하면 보양식, 보양식 하면 여름이다. 길고 길었던 올여름 무더위를 이겨 낸 몸과 마음에 보양식을 선물하고 싶다면, 생선 중에서도 펄떡이는 장어가 떠오른다.
건강한 맛이 듬뿍 담긴 바닷장어탕이 있다고 해 영도로 향했다.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경찰서를 지나 대교사거리 앞에서 부산대교 쪽으로 길을 건넌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이내 장어탕 전문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옛날추어탕’에서 몇 년 전 이름을 바꾼 30년 역사의 ‘옛날장어탕’이다. 장어탕과 장어구이. 단 2가지 단출한 메뉴에서부터 장어를 향한 진심이 느껴진다.
장어탕을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에서 반찬 통 3개를 내어 준다. 탕에 넣어 먹을 다진 마늘과 고추, 방앗잎이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장어탕은 붉은 기운의 국물 빛깔부터 남다르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번 휘저으니 손끝으로 푸짐함이 전해진다. 간간이 눈에 띄는 숙주나물을 빼면, 숟가락에 걸리는 대부분이 장어다. 혹자는 장어탕 국물이 빨개 ‘여수식’같다고 하지만 ‘속사정’은 많은 차이가 있다. 시래기·고사리·양파 등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여수식과는 달리 주인공 장어로 가득 채웠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두툼한 살코기는 뼈를 발라내지 않았다. 자연의 맛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뼈째 씹어 먹을 수 있어 더 든든하고 건강에 이롭다 여길 만하다.
장어 살코기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뚝배기마다 한 그릇씩 끓이지 않고, 큰 솥에다 바닷장어 수십 kg를 한꺼번에 푹 고아 냈기 때문이다. 건강한 요리를 추구하는 주인장의 고집이 우러난 맛이다.
국물은 붉은 빛깔에 비해 매콤한 기색이 거의 없다. 고춧가루 대신 홍초를 써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매운 맛을 꺼리는 이들도 부드럽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속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오이무침, 고추장아찌, 숙주나물 등 식당에서 직접 만든 찬도 정갈하다.
바닷장어는 서해와 경남 통영 등지에서 통발이 아닌 낚시로 잡아 올린 싱싱한 녀석들만 쓴다. 그래서인지 장어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 하루치 양이 다 나가면 일찍 장사를 접는다. 장어탕 한 그릇 1만 7000원.
■ 정통 일본식으로 만나는 ‘활참복어’
건강한 생선요리 하면 복어를 빼놓을 수 없다. 대개 복요리는 어른이 되어 복국으로 입문한다. 복요리도 알고 보면 복샤브, 복불고기, 복튀김 등 남녀노소 두루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다.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정통 일본식으로 복어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 있다고 해 찾았다.
두산제니스스퀘어 2층에 들어선 일식당 ‘마루신’. 입구 앞 알림판 문구가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식자재 중 일본산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활참복요리, 민물장어덮밥, 스시 등 마루신 메뉴 중에서도 복요리가 대표다. 일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던 신민아 대표가 본인이 좋아하던 일식 복요리를 그대로 한국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마루신은 참복·까치복·밀복·은복 중에서 가장 고급인 참복을 쓴다. 남해에서 양식한 녀석을 식당 수족관으로 옮겨와 주문 즉시 잡아서 내어 준다. 활참복 샤브(뎃지리)를 주문하면 껍질초회(유비끼), 튀김(가라아게), 죽(조스이)까지 코스처럼 맛볼 수 있다. 코스요리(A·B)는 숙성이 필요한 사시미(뎃샤)가 추가되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다.
애피타이저처럼 맨 먼저 나오는 참복 껍질초회는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폰즈소스와 어우러진 복어 껍질이 마치 콜라겐 덩어리를 씹는 느낌이다. 복요리엔 간 역할을 하는 폰즈도 중요하다. 무를 갈아 고춧가루를 섞은 ‘아카오로시’와 간장에 유자·청귤을 베이스로 한 폰즈는 신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참복 튀김의 식감도 흥미롭다. 눈을 감고 먹으면 치킨인 줄 착각할 정도다.
드디어 메인 요리인 참복 샤브다. 접시 위 토막 난 복어 살코기가 꿈틀거린다. 갓 잡은 활어란 증거다. 뎃지리(샤브)는 좀 더 맛있게 먹는 순서가 있다. 끓는 육수에 뼈가 붙은 부위를 먼저 익혀서 먹은 다음, 나머지 복어 살과 각종 채소를 넣는다. 잘 익은 살코기는 알맞게 부드럽고, 아가미 부위 살점은 적당히 쫄깃해 색다르다.
배추, 청경채, 대파에다 표고·팽이버섯까지 우러난 맑고 뽀얀 국물은 복국 특유의 시원한 진국이다. 한 모금 두 모금 계속 들이켜게 되는데, 조금 남겨 일본식 죽(조스이)으로도 음미해 보길 권한다. 활참복 샤브(1인) 5만 8000원.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2023-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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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인연] 갯마을에 스며든 돼지국밥 깊은 맛
달음산과 아홉산에서 발원한 일광천 물줄기가 제법 옹골차다. 동해선 일광역에서 내려 일광천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일광해수욕장 입구에서 문학비 하나를 만난다. 난계 오영수의 갯마을 문학비다. 비문엔 갯마을 아낙 해순이 후리막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맨발에 식은 모래가 해순이는 오장육부에 간지럽도록 시원했다.'
일광은 신도시가 들어선 지 오래지만, 그래도 해수욕장과 인근 풍경에는 갯마을의 여운이 남았다. 장어 요리를 내는 집도 아직 많은데 이곳이 워낙 짚불로 구운 꼼장어나 붕장어 회 등의 해산물이 강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광풍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붕장어 구이집 '동해남부선'이 있어 서너 번 일광을 찾았지만, 부산 구도심에 사는 이에게 일광은 어젼히 멀게 느껴지기는 했다. 그런데도 굳이 일광을 다시 찾은 이유는 이 갯것 중심의 판에 감히 명함을 내민 돼지국밥집이 있다고 해서다.
'일광돼지국밥 홍가' 젊은 사장은 홍 씨였다. 홍상우 사장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정통 요리 전문 과정을 거쳤고, 15년간 부산 유수의 호텔에서 일식 세프를 지냈다. 그런데 초밥 같은 일식이 아니라 돼지국밥집을 최근 이곳 일광에 열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홍 사장이 돼지국밥집을 연 이유다. 알듯 말듯 선문답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일광돼지국밥 홍가의 아롱사태냉채 한 점을 입에 넣은 후에는 굳이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이를 얇게 썬 위에 아롱사태 수육이 놓이고 그 위에 홍고추를 활용한 특유의 소스와 가늘게 썬 파를 뿌렸다.' 부산 외곽, 기장군 일광의 돼지국밥집에서 고급 중식 요리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 참, 이 집 사장이 호텔 요리사 출신이지.'
보통 돼지국밥집에는 새우젓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 집은 새우젓이 없다. 대신 새우젓 무침이 제공된다. "새우젓은 질펀한 물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새우젓은 따로 양념을 가해 무쳤고요. 양념장(다대기)을 만들 때 미리 새우젓을 넣어 이미 초벌간이 돼 있습니다. 기호에 따라 구운 소금을 조금 추가하면 간이 됩니다."
새우젓 무침은 수육을 먹을 때 막장(쌈장)과 버금갈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물기 없는 새우젓 무침을 수육 한 점에 살짝 올린 뒤 먹으니 궁합이 딱 맞다.
돼지국밥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양념 한 가지나 어떤 고기를 쓰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다르다고 한다. '시골 국밥'치고는 단가가 살짝 있어 너무 비싸게 받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조금 그런 느낌이 있지만 정직하기 위해서란다. 원재룟값을 비롯한 모든 물가가 올랐다. 좋은 고기를 써야 좋은 국밥이 탄생하는데, 국밥과 수육의 품질을 포기할 수 없어 적정 선으로 가격을 정했다고 홍 사장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수육 중짜를 시켰다. 항정 수육이 절반 가까이 나왔다. 항정살은 고급 부위로 알려져 있는데, 돼지 수육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수육은 온기가 유지되도록 고체연료 화로 위에 놓아준다. 일식 세프의 센스다.
맛보기 순대도 잘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지리산 산행을 갔다가 산 아래 사람들이 동네 잔치를 하면서 순대를 만드는 것을 봤다. 그런 전통 방식으로 만든 시골 순대가 맞다.
술과 고기를 먹었지만, 그래도 국밥을 맛봐야 했기에 섞어국밥을 시켰다. 내장과 수육이 골고루 섞여 푸짐했다. 일광돼지국밥 홍가는 사골과 고기 육수를 섞어 국물을 낸다고 했다. 진하고 뽀얗지도 않고, 투명한 듯 맑지도 않은 균형을 갖췄다. 수육만 시켜도 국물은 각각 따로 나온다.
한여름에 돼지국밥집 개업이 무리수가 아니었냐는 불편한 질문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세끼 식사가 되도록 문을 엽니다. 현재까지는 연중무휴입니다."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데 3끼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단다. 마지막 주문은 오후 7시 30분까지 받는다.
홍 사장은 새벽부터 당일 쓸 사골을 끓이고 수육을 삶아낸다. 마침 40년 한식 조리사 고모부가 도와주고 있어 숨통이 트인단다. 고모부는 부산 요식업계에서는 이름만 말해도 사람들이 아는 김판철 전 부산조리사협회장이다.
그러고 보니 여느 돼지국밥집과는 다른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홍 사장의 일식 마인드도 보태져 돼지국밥집 내부는 멋진 카페 같은 분위기다. '일광 갯마을의 돼지국밥' 홍 사장은 비록 일식 셰프였지만, 부산 토박이로 어릴 적부터 돼지국밥을 즐겨 그 DNA를 잘 간직한 사람이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이 번창하리라.
가게는 동해선 일광역에서 걸어 5분 거리인 동부산농협 일광지점 건너편에 있다. 거리 이름이 이천갯마을낭만거리다. 돼지국밥에 온몸이 얼큰해지면 갯내 물씬 나는 바닷가가 또 지척이니 여기서 시원하게 식혀 오면 된다.
국밥류 9500원, 수백과 특선은 각 1만 2000원. 순대맛보기 6000원, 수육 중짜 2만 5000원, 아롱사태냉채 1만 5000원이다.
2023-08-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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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함께 건강한 여름 나기…중앙동 40계단 발효소 '복분자 약주' [술도락 맛홀릭] <15>
가가호호 술을 빚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100년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급된 지역특산주 면허만 1400건에 이르고, 해마다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가 탄생한다.
전통주엔 지역의 특색이 오롯이 담겼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술을 빚어, 특산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부산일보>는 ‘술도락 맛홀릭’ 기획시리즈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하고, 지역의 맛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등 전통주 전문가도 힘을 보탠다.
한여름 무더위는 전통주도 견디기 어렵다. 고온 탓에 술이 쉬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여름이 제철인 우리 술이 있다. ‘과하주(過夏酒)’, 이름 그대로 ‘여름이 지나도록 맛이 안 변하고, 여름에 마셔 건강하게 더위를 이겨 내는 술’이다. 부산 원도심에는 과하주를 빚는 작은 양조장이 있다. 복분자를 넣어 빛깔과 향미까지 특색 있다. 싱그러운 과실 향과 술 익는 내음이 있는 골목을 찾아 나섰다.
■ 40계단 역사 품은 신생 양조장
한국전쟁 피란민의 아픔이 서린 곳, 중구 중앙동 40계단 앞에서 인쇄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작은 상가 건물의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40계단 발효소’.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3층까지 오르는 좁고 가파른 계단이 건물의 오랜 역사를 말해 준다. 조심조심 한 계단씩 올라 회색 철문을 열자 바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밝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고향이 영도여서 중앙동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동네였어요. 양조장을 차릴 땐 코로나 이전이라 관광객도 많았고, 술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취재진을 맞은 조부영(51) 대표는 꾸밈없는 말투로 양조장을 소개했다. 주인장을 닮아 공간은 소박하고 설비도 단출하다. 전체 60㎡에 제조실과 발효실, 저온숙성실이 오밀오밀 자리한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쪽에 보랏빛 술병이 전시돼 있다. 40계단 발효소의 대표술인 ‘꽃빛’과 ‘마주향해’다. 보라색은 복분자의 빛깔이다. 꽃빛은 세 번 빚은 삼양주, 마주향해는 이양주에 증류주를 더한 과하주다. 복분자를 넣어 만든 과하주는 마주향해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40계단 발효소는 조 대표 홀로 운영하는 1인 양조장이다. 한 달에 생산하는 술은 200병 남짓. 소규모 양조장이어서 인터넷 판매도 안 된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부산·경남지역은 물론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지에서 오는 방문객이 꾸준하다.
술과 양조장의 인지도와 달리 조 대표의 경력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4년 전 여름, 남편이 덜컥 벌인 일이 그를 전통주 세계로 이끌었다.
“2019년 봄부터 지인을 따라 미리내우리술공방에서 술을 몇 번 빚었어요. 소금도 만들 수 있다길래, 복분자주를 빚은 뒤 남은 지게미로 만들어 봤죠. 그런데 남편이 소금 아이템으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예비창업 프로그램에 신청을 한 거예요.”
예상과 달리 최종 선정되면서 일이 커져 버렸다. 소금의 원료인 술지게미는 사고파는 식재료가 아니라, 지게미를 얻기 위해 결국 양조장까지 차리게 됐다.
전업주부에서 양조장 대표가 됐지만 조 대표의 전통주 경험은 앞서 술공방에서 빚어 본 세 번이 전부였다. 조 대표는 미리내우리술공방 손승희 대표의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복분자 약주 레시피의 기본 틀을 완성하고 술 빚기에 몰두했다. 2020년 2월 소규모 양조장 면허를 내고 추석에 맞춰 첫 제품 ‘꽃빛’과 ‘꽃빛소금’을 내놓기까지, 단 1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 같지만 다른 복분자 약주·과하주
“너무 갑작스럽게 양조장을 열다 보니 한동안 밤잠을 설쳤어요. 주변에선 왜 홍보를 안 하냐고 그러는데, 술이 안 팔리는 건 전혀 신경이 안 쓰였어요. 술맛이 안정화되기 전까진 오히려 많이 팔릴까 봐 무서웠죠.” 판매보다 술맛을 우선하는 조 대표의 초심은 지금도 한결같다.
‘꽃빛’은 이름부터 눈길이 간다. 복분자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 ‘안토시아닌’의 라틴어 뜻을 우리 말로 푼 것이다. 술공방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 선배이자 술 빚기 선배인 <부산일보> 김승일 기자의 작명이다.
꽃빛을 유리잔에 따라 빛깔만 보면 와인과 분간이 안 될 정도다. 한 모금 들이켜자 여느 복분자주처럼 너무 달지도 끈적거리지도 않는다. 담금주에다 복분자 열매와 설탕을 넣은 과실주가 아니라, 쌀로 빚은 약주에 복분자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누룩취를 줄이려고 전통누룩과 백국을 섞어 쓰고, 삼양주라 다른 복분자 약주와 비교해도 단맛이 덜하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세 번의 술 빚기 중 먼저 멥쌀 죽으로 밑술을 만든다. 그 다음 찹쌀 죽으로 첫 번째 덧술, 찹쌀 고두밥과 복분자로 두 번째 덧술을 한다. 복분자는 전북 고창군에서 따자마자 급속냉동한 열매를 쓴다. 8~9주 충분히 발효를 시키고 광목천으로 거른 뒤 저온숙성고에서 2달 더 숙성을 한다. 한 병이 나오기까지 넉 달가량 기다리는 셈이다. 침전물은 필터를 쓰지 않고 긴 숙성 과정에서 가라앉힌다. 이후 맑은 부분만 떠내 병에 담는다. 기계·필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술 빛깔이 탁하지 않은 이유다.
조 대표는 지난해 설을 맞아 2가지 술(이양주)을 더 내놨다. 과하주 ‘마주향해’와 복분자를 뺀 약주 ‘은빛’이다. “술을 계속 빚어 보니 누룩을 많이 쓴다고 누룩취가 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전통누룩만 사용해 단맛과 산미가 좀 더 조화를 이룬 술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증류주가 들어가는 과하주 ‘마주향해’는 약주 중에서도 고급이다. 복분자와 함께 덧술을 한 뒤 발효 후반부에 조 대표가 직접 만든 ‘증류주’를 가미한다. 서로 다른 약주와 증류주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의미가 술 이름에 담겼다.
꽃빛과 마주향해는 같은 복분자 약주 계열이라 빛깔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알코올 도수도 똑같이 17도다. 그래도 오감에 집중해 시음을 하면 향미의 차이가 느껴진다. 마주향해의 복분자 향이 더 분명하고, 뒷맛에서 증류주의 알코올 기운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 40계단서 하산하는 그날…
40계단 발효소는 자체 술 말고도 인근 비건 레스토랑 ‘아르프’에 전용 술을 납품한다. 계절별로 영도 녹차, 배·라임, 향신료 등이 들어간 약주다. 지역 음식점과 작은 양조장의 협업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업계 관심을 받고 있다.
40계단 발효소의 술은 양조장과 일부 보틀숍·전통주점에서만 만날 수 있어 귀하다. 양조장 근처에 술과 곁들일 만한 음식점이 여럿이어서 이왕이면 직접 방문할 만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30여 년 역사의 ‘석기시대’는 오향장육이 대표 메뉴다. 그날그날 삶아 내놓는 고기는 부드럽고, 고기 위에 얹은 오이·양파·고추와 새콤한 양념이 시원함을 더한다. 양조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중국음식점 ‘홍문’의 고추잡채는 겨울철 따뜻하게 즐길 만하다. 두 음식 모두 꽃빛 혹은 마주향해의 깔끔한 산미와 잘 어울린다.
햇수로 4년. 40계단 발효소는 문을 열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을 만났지만 묵묵히 버텨 온 끝에 업계에선 술 잘 만드는 양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남들이 다 말릴 때 남편만 응원을 해 줬어요. 일단 2년만 버텨 보자고 했거든요. 힘 쓰는 일이나 각종 행정 업무를 남편이 도맡아서 도와준 덕분에 저는 술 빚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젠 저보고 ‘(3층에서 1층으로)하산할 준비 됐냐’고 해요. 하하.”
부부의 바람대로 40계단 발효소의 다음 단계는 1층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술을 매개로 사람들과의 접점을 넓혀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분야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술의 장점인 것 같아요. 새 공간을 마련해 저희 술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드리고, 각계각층 사람들이 술을 매개로 음식·문학·음악 등 다양한 주제로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40계단에서 ‘하산’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제품명 : 꽃빛
-양조장 : 40계단 발효소(부산 중구)
-내용량 : 500mL
-알코올 : 17.0%
-원재료 : 정제수·쌀·복분자·누룩·효모·입국
-제품명 : 마주향해
-양조장 : 40계단 발효소(부산 중구)
-내용량 : 375mL
-알코올 : 17.0%
-원재료 : 정제수·쌀·복분자·누룩·증류소주
[기자들의 시음평]
▶김희돈 스포츠라이프부 부장
-꽃빛
"일단 맛있다. 복분자가 들어가서인지 보통 풀내음이 연상되는 일반적인 약주와 달라 신기하다."
-마주향해
"복분자 재료의 특성을 증류주가 더 돋보이게 해 주는 것 같다. 향도 풍부하고 술 먹는 기분이 난다."
▶이상배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꽃빛
"약주와 복분자의 장점을 잘 블렌딩한 느낌. 상큼한 복분자가 약주의 묵직함을 훌륭히 완화시킨다."
-마주향해
"약주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묵직한 단맛. 술 본연의 향이 느껴진다. 치즈·크래커류와 잘 어울릴 듯."
▶김동우 편집파트 기자
-꽃빛
"복분자의 상큼함이 입맛을 돋운다. 과일주처럼 가볍지 않고 알코올 향이 술 정체성을 지켜 준다."
-마주향해
"산미가 혀끝과 입안에서 전체적으로 오래 감돈다. 느끼함을 잡아 줘 기름진 육류와 어울릴 것 같다."
▶이지민 디지털미디어부 에디터
-꽃빛
"포도주 마시는 느낌이라 알코올 도수가 17도 정도로 센 줄 모르겠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약주다."
-마주향해
"꽃빛보다 더 새콤하고 알코올 향도 더 많이 느껴진다. 꽃빛이 와인이라면 마주향해는 진짜 술이다."
[전문가의 맛 코멘트]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꽃빛
"잘 익은 검붉은 과실의 짙은 컬러가 느껴진다. 외관상으로는 와인 같은 느낌을 물씬 전한다. 코를 갖다 대니 싱그러운 복분자 향과 함께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다가온다. 한 잔 머금으면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에서 좋은 첫인상을 받고, 뒤이어 느껴지는 아주 적절한 단맛에 기분 좋게 잔을 비우게 된다. 밸런스가 정말 좋은 복분자 약주이며, 시중의 복분자주 강한 단맛이 싫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정도 퀄리티면 여름에 쟁여 놓고 초복·중복·말복을 장어와 함께해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잘 만든 복분자 약주를 만나서 기쁘다. 부드럽고 우아한 여운에 빠져들게 된다."
-마주향해
"컬러와 향의 결은 꽃빛과 비슷한 듯하지만 향에서 스파이시함과 담백함이 더해진 게 느껴진다. 스월링(술 따른 잔을 둥글게 돌리는 행동) 할 때마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감도 있다. 꽃빛보다는 덜 달고, 뒤로 갈수록 부드러운 단맛에 은근한 산미와 스파이시한 맛이 느껴진다. 후미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라 애주가들을 타깃으로 탄생한 복분자 과하주라 하겠다."
2023-08-1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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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1동 주민자치위원회, 어르신 단체 영화관람 실시
사상구 모라1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정기)는 지난 8일 관내 어르신15명을 모시고 단체 영화 관람을 실시했다.
이번 행사는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해 기획된 2023년 자치분권 공모사업‘너와 나의 온기로, 우리동네 온정 ON’사업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신 한 어르신은 “오랜만에 실컷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환하게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정기 주민자치위원장은 “무더위에 지쳐있을 어르신들께서 이 자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활력을 얻고 가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2023-08-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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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제맥주 총정리] '비어' 있는 부산, 입이 즐겁다!
온 세상이 펄펄 끓는 한여름이다. 각자 무더위를 이겨 내는 노하우가 있을 터. 고단한 하루의 끝에 맥주 한 잔은 주객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꿀팁이다. 호프집 생맥주, 편의점 캔맥주도 나쁘지 않지만 이왕이면 브루어(맥주 양조인)가 만들어 특색 있는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면 좋겠다. 우리나라 수제맥주 양조장은 200여 곳. 부산은 10곳 남짓이다. 부산 사람이나 부산 여행객을 위해 부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산표 맥주’를 소개한다.
■ 부산의 효모·미생물로 빚은 맥주
“맥주 종류는 크게 라거, 에일, 그리고 와일드로 나뉩니다.” 와일드웨이브 김관열(39) 대표의 설명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와일드 비어(Wild Beer)라…. 웬만한 맥주 마니아가 아니라면 생소한 단어다. 정제된 효모를 쓰는 라거·에일과 달리 와일드는 이름처럼 야생의 효모를 활용한다. 김 대표가 한국다운 맥주, 부산스러운 맥주를 고민하다 ‘와일드’로 방향을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나라마다 유명한 맥주가 있는데 모두 그 나라의 효모를 사용한다”며 “우리나라는 곡물과 홉 등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효모·미생물을 써서 고유의 특색을 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와일드웨이브는 전국 최초 와일드 비어 전문 양조장이다. 김 대표가 독일에서 유학하며 접한 벨기에 브뤼셀 지역의 전통 양조 방식에 가깝다. 제품 대부분이 와일드 계열이고 그중에서도 신맛의 사워(sour) 맥주가 주를 이룬다.
김 대표는 아직 30대지만 수제맥주 경험은 넓고 깊다. 2013년 서울의 한 수제맥주 매장 오픈멤버로 처음 발을 들인 뒤 이듬해 부산 갈매기브루잉 등 여러 수제맥주 양조장 설립에 참여했다. 유학을 다녀온 뒤에는 본인의 뜻을 펼치기 위해 2019년 가을 와일드웨이브에 합류하며 대표 자리에 올랐다.
정규 라인업 중 ‘설레임’은 와일드웨이브를 대표하는 사워 맥주다. 기본 재료만 썼는데 과실을 넣은 것처럼 진하게 올라오는 레몬향이 신기하다. 유산균 등 다양한 미생물로 발효시킨 결과다. 패션프루츠를 넣은 ‘패셔네이드’는 에이드처럼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기장 꿀을 넣은 라거 ‘서핑하이’, 헤이즐넛이 들어간 에일 흑맥주 ‘다크웨이브’도 특색 있다.
동해선 송정역 인근에서 양조장과 펍을 운영하던 와일드웨이브는 올해 초 양조장을 기장군 정관읍으로 확장 이전했다. 그리고 최근 영도구 봉래동에 ‘사우어 영도’라는 레스토랑을 열어 사워 맥주 알리기에 나섰다.
건물 제일 꼭대기에 자리한 사우어 영도는 공간 자체도 인상적이다. 거대한 배처럼 메인 테이블이 자리했고, 주방을 비롯해 전체적인 내부 콘셉트도 선박 느낌을 살렸다. 대형 유리창 너머로 부산대교 건너 용두산공원과 부산타워, 원도심 시가지와 북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해산물 위주의 음심은 사워 맥주의 신맛과 잘 어우러진다. 대구·새우·조개가 들어간 프랑스식 해물찜 ‘해산물 빠삐요뜨’, 칠리버터에 구워낸 문어 요리 등과 마리아주를 이룬다.
와일드웨이브 양조장에는 스테인리스뿐만 아니라 오크통(250L) 발효조 255개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4년까지 오크통 안에서 숙성된 맥주를 혼합해, 와인 같은 ‘프리미엄’ 맥주를 만들어 낸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더와일드웨이브’, 순천 황매실을 넣은 ‘데이라이트’, 제주 금귤이 들어간 ‘골든 오차드’, 블랙커런트를 넣은 ‘레드홀릭’ 등 4종이 있다.
■ 독일 사람이 만든 정통 독일 맥주
‘맥주의 나라’ 독일의 정통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역시 부산이다.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 독일인이 운영하는 양조장이 해운대구 송정동에 문을 열었다. 동해선 오시리아역 인근에 위치한 ‘툼브로이’는 독일 남부 소도시 뮐도르프에서 17세기 말부터 운영해 온 양조장(‘툼브로이’)의 역사를 잇고 있다. 양조장 가문의 막둥이인 안드레아스 마인트(34) 오너브루어가 아내 이정민(30) 이사와 함께 알뜰살뜰 차린 공간이다.
독일 정통 맥주의 특징은 ‘맥주순수령’에 따라 물·맥아·홉·효모만 써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쌀·물·누룩만으로 빚은 전통 막걸리인 셈. 독일의 맛을 한국으로 들여오기 위해 안드레아스는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쳤다. 고향 인근 마을 양조장에서 수년간 일하며 60여 년 경력의 브루어로부터 양조법을 전수 받았다.
이 이사는 “연세가 많으시지만 지금도 꾸준히 메신저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주기적으로 독일에 술을 가져가 맛을 체크하고 있다”며 “저희 레시피의 비결은 ‘시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맛의 안정화를 위해 숙성을 오래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툼브로이가 선보이는 정규 라인업은 모두 4가지. 그중 독일 바이에른 방식으로 만든 페일라거 ‘헬레스’가 대표 메뉴다. 그밖에 독일효모연구소에서 공수해 온 효모로 만든 밀맥주 ‘바이스’, 옛 문헌을 토대로 복원해 낸 희귀 호밀맥주인 ‘로겐’, 독일 프랑켄 지역 스타일의 다크라거 ‘프랑켄 둔켈’ 등이 있다. 계절에 맞춰 다양한 시즈널 라인업도 선보인다. 바이스는 한때 효모 질이 기대에 못 미쳐 중단했다 최근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다. 술맛을 향한 브루어의 집념이 엿보인다.
안드레아스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와서 독일 맥주를 마셔 봤는데, 맛이 아예 다르거나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며 “독일 남부 바이에른 현지의 맥주 맛을 그대로 보존해 한국에 소개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툼브로이는 양조장 2층에 브루펍을 함께 운영한다. 맥주와 함께 곁들일 음식도 안드레아스 어머니 손맛의 현지식이어서 궁합에 맞다. 유럽식 돈가스인 ‘슈니첼’은 헬레스·바이스, 독일의 국민간식 ‘커리부어스트’는 로겐·둔켈과 좀 더 어울린다.
툼브로이 브루펍은 독일 가정집을 닮은 인테리어에다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다. 뮐도르프 현지 양조장 사진과 간판, 마을의 상징물이자 툼브로이(탑양조장) 이름의 유래인 시계탑도 만나 볼 수 있다. 브루펍 맨 안쪽 자리는 바 형태로, 벽면이 통유리창이다. 창 아래로 1층 양조장 시설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맥주 맛을 ‘보는’ 특별한 경험도 제공한다.
툼브로이는 최근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매장 ‘주든’을 새로 열었다. 2030세대를 위한 좀 더 젊은 감각의 브루펍이다.
■ 부산 바다만큼 유명한 부산표 수제맥주
부산지역 수제맥주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 많다. ‘허심청브로이’와 ‘부산맥주’는 하우스 맥주 시절부터 시작한 우리나라 1세대 브루어리다. 허심청브로이는 현재 리모델링 중인데, 대신 농심호텔 앞 정원 ‘비어가든’과 메가마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부산맥주의 라인업은 동래구 ‘리치브로이’, 해운대구 ‘달바당’, 부산진구 ‘테이블세터 전포’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세운 ‘갈매기브루잉’과 ‘고릴라브루잉’은 부산에서 본격적인 수제맥주 시대를 열었다. 광안리·해운대 등지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수영구 망미동 F1963에 위치한 ‘프라하993’은 993년 프라하 브제프노프 수도원에서 처음 시작된 체코의 정통 맥주를 선보인다.
프랜차이즈 기업에 인수되면서 이름을 바꿔 단 ‘부산 프라이드 브루어리’는 퍼지네이블·까사부사노 매장을 통해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게 됐다. 부산대 앞 ‘컬러드’, 서면 ‘와일드캣브루잉’도 젊은 감각의 브루펍으로 입소문이 났다. ‘테트라포드 브루잉’, ‘오시게크래프트’는 자체 양조장 없이 외부에 위탁 생산하는 ‘집시 브루어리’로, 브루펍만 운영한다.
다양한 이들 부산표 수제맥주를 한자리서 만나고 싶다면 북구 구포역 인근 ‘밀당브로이’를 추천한다. 현재 갈매기브루잉을 비롯해 6곳의 수제맥주를 판매 중이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2023-08-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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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 맘대로 '한 상의 매력'…대중화 길 걷는 ‘오마카세의 세계’
오마카세(おまかせ).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말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오마카세 식당’이 유행하면서 식문화 용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오마카세는 ‘타인에게 맡김’이란 뜻으로,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 그날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방식이 특징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거세다. 개개인의 취향이 확실한 요즘 젊은이들이 메뉴 선택권을 온전히 주방장에게 맡기다니. 왠지 어색한 만남 같다. 최근 일본 언론은 우리나라 오마카세 유행 이면에 ‘한국인의 허세’가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SNS에서 과시하기 위한 ‘사치성 소비’로 여기기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식문화로 자리잡을 정도라면 분명 또 다른 매력이 있을 터. 그 끌림의 이유를 찾아 오마카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원조 일본엔 없는 ‘한국식 오마카세’
식문화로서 오마카세가 정확히 일본의 어느 지역에서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초밥집에서 유래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현재 일본의 고급 스시집에서 일반적인 방식인 오마카세 식당은 1980년대부터 생겨났다. 식당에서 책정한 가격 내에서, 혹은 손님이 예산을 미리 알려주면 주인이 계절에 맞는 재료로 스시를 만들어 내어 놓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어시장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장이 파하는 시각, 남은 생선들을 근처 식당에서 헐값에 가져다 요리로 만들어 팔았는데, 가격만 같을 뿐 생선 종류는 매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문화가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기를 거치면서 스시집을 중심으로 고급화됐다는 설명이다. 시작을 어디에 놓든, 오마카세의 탄생 배경엔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남은 재료를 신선할 때 소비하기 위해, 또는 제철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보기 위해 시작된 방식인 것이다. 참고로, 오마카세는 가이세키·갓포 등 메뉴가 일정한 코스요리와는 차이가 있다. 더 대중적인 이자카야는 밥집보다 술집에 가깝다.
일본식 정통 오마카세는 2000년대 서울지역 특급호텔 일식당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파된다. 이후 이들 식당 출신 셰프들이 독립하면서 오마카세 문화가 퍼져나간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해외여행에 목말라하던 이들에게 대체재로 주목받으면서 오마카세 식당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다만 이들 식당은 스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식 메뉴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현지 정통 오마카세와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서일본신문사> 부산주재원으로 활동한 히라바루 나오코 기자는 “한국의 오마카세 문화는 폭넓은 일식 메뉴를 융합한 ‘퓨전 일식’에 가까운데, 사시미·타코야키·야키소바·당고 등 다양한 일식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반면 가격은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며 “일본에서 넘어온 오마카세 식당이 한국에서 남녀 데이트 장소로 선호되는 점은 일본인의 눈으로 봐도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 정통 스시 오마카세는 어떤 맛일까
그동안의 일본 문화가 부산을 통해 가장 먼저 국내로 유입된 반면, 정통 오마카세 식당은 서울지역에 주로 몰려 있다. 부산엔 해운대와 서면 등 일부 도심지를 중심으로 일반 메뉴와 오마카세를 병행하는 스시집이 있다.
지난봄 해운대구 엘시티몰에선 흔치 않은 현지식 정통 오마카세 식당이 문을 열었다. 가게 이름(‘허교수 스시 오마카세’)부터 눈길이 가는데, 알고 보니 허동한 오너셰프가 일본의 한 대학 교수 출신이다. 정년을 꽤 남겨 둔 2020년 요리사의 꿈을 좇아 상아탑을 떠났고, 스시의 세계로 입문했다고 한다.
일본 스시는 크게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식과 도쿄 중심의 에도마에식으로 구분되는데, 허교수 스시는 정통 에도마에 스시를 표방한다. 날마다 요리 품목이 조금씩 바뀌는데 스시에 앞서 스모노, 일본풍 비스크(식전스프), 차완무시(달걀찜), 야채 오란다니 등 일품 요리가 차례로 먼저 나온다.
이어 본격적으로 14가지 스시가 뒤따른다. 도미·참치·아카무츠(금태)·갑오징어·이쿠라(연어알)·히라메(숙성광어)·고등어·장어 등 제철 생선과 해산물 위주의 다채로운 구성이다.
평소 일식을 자주 접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메뉴가 생소할 법하다. 입문자들을 위해 재료와 요리법을 간략히 적은 메뉴지가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허 셰프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이니 일식에 대해 알아가는 맛도 있다.
허 셰프는 스시마다 3종류의 간장 중 어울리는 하나를 찍어 내놓는다. 눈 앞 도마 위에서 손질되는 식재료와 회칼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이채로운 경험이다. 허 셰프는 교수 시절 방학 때 슈퍼마켓 선어코너에서 알바를 하며 생선 자르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손맛에 담긴 수련의 시간을 생각하니 한 점 한 점 더 꼼꼼히 음미하게 된다.
우리나라 해산물과 오마카세의 만남은 어떨까. 경남 통영에 가면 남해의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오마카세 식당이 있다. 미륵산 자락 야솟골에 자리한 ‘야소주반’은 김은하 대표가 당일 새벽시장에서 식재료를 공수해 그날의 차림을 내어 놓는다. 음식에 곁들여, 건축가 출신 남편이 손수 빚은 전통주(건축가가 빚은 막걸리·약주)도 매력적인 조합이다.
■ 고급화 넘어 대중화…넓고 깊게 즐기다
오마카세는 스시에서 시작됐지만 일본만의 문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방장 특선’ 혹은 ‘맡김차림’이란 뜻풀이처럼, 우리나라도 일정 금액을 내면 주방에서 그날의 기본 안주를 차려주는 실비집·다찌집 같은 문화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부산에서는 중구·서구 원도심 일대와 부산진구 서면 등지에서 ‘실비집’ 혹은 ‘푸짐한집’이란 상호를 내건 식당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서면 가야교회 인근 ‘부싯돌 푸짐한집’은 2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 온 소위 ‘이모카세’ 식당이다. 기본 2만 5000원을 내면 이모의 손맛이 담긴 다양한 안주를 맛볼 수 있다. 먼저 땅콩·소라·번데기·김·마·꼬막무침 등 기본찬이 깔리고 뒤이어 메인 요리인 순두부찌개가 나온다. 닭모래집, 가자미구이, 명태전, 두부조림, 해물파전, 닭염통꼬치, 연근·고구마튀김까지. ‘다음은 어떤 안주일까’ 궁금해하며 하나씩 세어 보니, 30분 동안 14가지 음식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2~3명이 먹기 적당한 양에 맥주3병(또는 소주 2병)이 포함된 가격이라 ‘저렴하고 부담 없는 집’이란 간판 문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단돈 2000원에 안주를 추가할 수 있고, 김치전골·어묵탕 등 취향에 따라 단품 메뉴를 주문해도 좋다. 가게 안 테이블은 단 5개. 자리가 적어 절로 오붓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저녁엔 어르신들 위주였는데, 한 차례 테이블이 회전한 뒤엔 젊은이들도 꽤 눈에 띈다. 근래 SNS에 소개되면서 2030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래 초창기엔 오마카세 문화가 고급 일식당에 한정됐다면, 최근 들어 이모카세·할마카세·아재카세 같은 파생어가 나올 정도로 폭넓게 변모하는 양상이다. 메뉴도 한층 다양해졌다. 한우·스테이크 같은 한식·양식 오마카세는 물론, 와인 오마카세, 족발·치킨 오마카세, 커피·차 오마카세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선 상업적인 마케팅 전략이란 비판도 나오지만, 맡김차림 문화의 대중화 흐름만큼은 선명히 읽힌다.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는 “전통주 분야에서도 오마카세 주점이 늘고 있고 양조장에서 전통주와 어울리는 차림상을 내놓기도 한다”며 “전문가가 메뉴를 엄선하고 맛과 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페어링을 추천하기 때문에, 특정 음식을 깊이 있게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마카세 방식은 소량 다품종의 시대적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박정배 음식평론가는 “오마카세의 가장 큰 장점은 단품과 달리 조금씩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라며 “밥과 술안주를 같이 먹는 복합적인 문화와도 어우러지면서 오마카세의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2023-07-0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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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인연] ‘50년 한식 달인’ 김판철 세프의 새로운 도전
김판철 셰프로부터 최근 초청장이 왔다. '참못골돼지국밥 시식회' 초청 문자메시지다. 얼마 전 통화에서 "밥집을 하려면 국밥집을 하고 싶다"란 말을 들었다.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시간을 정해 찾아간 부산 대연동 참못골돼지국밥집 외부 유리창엔 '50년 한식 대가'의 상반신 사진이 걸려 있다. 김 셰프의 머리카락에는 세월의 연륜이, 얼굴에는 사람 좋은 심성이 숨김 없이 드러났다.
식당 메뉴는 기본적인 돼지국밥과 수육. 시그니처 메뉴로 참못골 파창구이와 아롱냉채가 있었다. 시그니처 메뉴 둘 다 맛을 봤다. 김 셰프 특유의 솜씨가 묻어 있었다. 짓궂은 질문을 했다. '내장은 세제로 세척하는 건 아니겠죠?' 질문이 너무 셌던가. 김 셰프는 "먹는 음식을 그러면 안 되지. 큰일 날 소리!" 단호하게 답한다.
아롱냉채는 돼지 살코기가 많은 부위를 삶아 만들었다. 담백한 육질에 상큼함이 곁들여져 중국 요리를 먹는 것 같았다. 미각의 기억은 참 오래가는지. 막 다시 시작한 육식이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접시가 살짝 작은 것이 아쉽다. 여럿이 먹으면 젓가락질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곳은 돼지국밥집. 메인 메뉴가 남았으니 문제 될 건 없다.
파창구이는 애증이 교차한다. 돼지의 내장을 잘 장만한 후 안에 커다란 대파를 넣고는 썰어 굽는다. 파창을 찍어 먹는 별도의 소스도 나온다.
김 회장이 만든 특제 소스다. 역시 음식도 궁합이 있는 모양. 파창구이를 소스에 찍어 먹으니 일품이다. 살짝 내장 냄새가 느껴진다.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돼지 곱창에서 곱창 본연의 냄새가 나는 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 김 세프의 말이 믿음직하다. 먹을지 말지는 선택하면 된다. 먹어 본 뒤 호불호는 사람마다 달랐다.
어릴 적 기억이다. 아버지는 종종 동네 돼지국밥집에 냄비를 들려 심부름을 보내셨다. 돼지국밥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집으로 가져가는 음식은 조금 더 푸짐했다. 그 밀양 돼지국밥집의 돼지고기는 종종 비계에 검은 털이 숭숭 박혀 있었다. 어린 마음에 '인간이 어떻게 돼지털까지 먹나?'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 그때 그 돼지국밥이 가끔 그립다. 목구멍에 꺼끌꺼끌하게 걸리며 넘어가던 그 돼지껍질비곗덩이가. 사람이 요리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사로 따지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동물다큐를 보면, 포식자는 먹잇감을 통째 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조류와 파충류가 그렇다. 육식동물 중엔 소형동물이 그렇고, 사자나 호랑이 등은 큰 먹잇감을 찢어서 맛있는 부위를 먼저 먹는다. 사람도 지금은 최상위 포식자답게 먹잇감의 맛있는 부위만 요리해 먹는다.
역시 어린 시절이다. 기름종이에 싸서 가져온 튀긴 통닭 한 마리를 온 식구가 나눠 먹었다. 닭은 머리와 발톱만 없는 완전체다. 물론 내장과 털도 없다. 튀긴 닭은 순식간에 해체된다. 씹기 어려운 갈비뼈와 다리뼈 강한 부분만 남는다. 관절뼈와 다리뼈의 골수까지 쪽쪽 빨아 먹으면 그날의 통닭 파티는 끝이 났다. 늘 아쉽긴 했다.
요즘 아이들은 웬만해선 치킨을 시켜도 살코기 이외의 부위는 버린다. 아이들이 그 맛있는 꽁지 살이나 껍질, 관절뼈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내가 보기엔) 제일 맛있는 부위인데. 다시 육식을 시작했으니 이제 치킨 먹을 때 좋아하는 것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다시 식당이다. 돼지 수육을 시켰다. 일반 수육보다 부위가 여러 가지가 섞여 나오는 특 수육을 주문했다. 고기가 좋다. 물론 일행 중에는 한 가지 부위만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웬만해서는 맛볼 수 없는 '암뽕'과 내장, 항정살과 삼겹살 수육이 고루 나온다. 수육 주문은 기호에 따라 시키면 되겠다.
셀프바에서 채소와 양념류는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다. 고객의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관록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김판철 세프는 부산 자갈치에서 대형 뷔페형 식당부터 일식집, 횟집 등 다양한 식당을 경영한 경험이 있다. 조리사협회장을 맡아 직업인의 권익 향상에도 힘썼고, 자갈치 발전을 위한 협의회에서도 일했다. 요리 자체만이 아니라 경영과 정책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한 분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젊은 CEO와 의기투합해 '참못골돼지국밥'을 열고, 주방을 맡아 흰 모자를 썼다. 가마솥에서 정성과 관록을 보태 달인 한 그릇의 돼지국밥. 그 국밥 한 그릇으로 힐링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식당 위치는 부산 남구청 부근. 돼지국밥 8500원, 파창구이 1만 5000원, 아롱냉채 1만 8000원. 수육 소 2만 5000원, 대 3만 5000원이다.
2023-06-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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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평야 황금들녘을 한 잔에…‘전통주 세계화’ 도전하는 가야양조장 [술도락 맛홀릭] <12>
가가호호 술을 빚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100년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급된 지역특산주 면허만 1400건에 이르고, 해마다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가 탄생한다.
전통주엔 지역의 특색이 오롯이 담겼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술을 빚어, 특산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부산일보>는 ‘술도락 맛홀릭’ 기획시리즈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하고, 지역의 맛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등 전통주 전문가도 힘을 보탠다.
김해평야의 황금들녘으로 술을 만든다면 어떤 맛일까. 김해평야의 햅쌀로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이 있다. 외국 술만 다루다 우리 술로 ‘전향’한 양조장 대표의 이력도 흥미롭다. 금관가야의 고장 김해에서 ‘전통주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양조인을 만났다.
■ 외국 술 끊고, 우리 술에 빠지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한림IC에서 빠져나와 몇몇 공장을 지나자 막다른 골목이 나타난다. 골목 끝 야산 중턱에 자리한 건물. 궂은 날씨에도 ‘가야양조장’ 다섯 글자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설립 3년이 채 안 된 신생양조장이지만 그동안 막걸리와 리큐르·증류주(소주)까지, 모두 7종의 술을 세상에 내놨다.
“주변에선 너무 빨리 여러 술을 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하지만 양조장을 시작할 때부터 어떤 술을 언제 내놓겠다는 계획이 서 있었습니다.”
가야양조장 조이덕(52) 대표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다. 양조장을 차리기까지 10년 가까이 준비 기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의 노트엔 여러 술에 대한 연구 결과와 출시 계획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조 대표는 외국 술 전문가였다. 잭다니엘로 유명한 외국계 주류회사에서 15년 동안 일했다. 오랫동안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다른 나라의 경쟁사 술까지 빠짐없이 꿸 정도가 됐다. 그러다 마흔 즈음, 우연히 우리나라 전통주를 접하면서 ‘술 인생’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술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의 나라 술을 열심히 팔았던 거죠. 옛날 방식 그대로 빚은 전통주의 맛에 매료되면서, 일단 우리 술을 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 대표는 업무 틈틈이 독학으로 누룩과 발효 등 전통주에 대해 공부했다. 직업상 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었기에, 위스키·와인·맥주 등 세계의 다양한 술과 비교하며 이내 우리 술의 우수성을 알게 됐다. 술 빚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전통주 고수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2015년 회사를 그만 둔 뒤에는 고향 김해지역에서 주류도매업체를 운영했다. 국산 술의 유통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5년이 더 흘렀고, 발효부터 술 빚기·유통까지 전통주의 전 과정을 섭렵한 뒤 비로소 양조장을 차렸다.
조 대표는 양조장의 근거지로 고향 김해를 고집했다. 맑은 물과 비옥한 토양이 있는 김해평야의 황금들녘이라면 좋은 술을 빚을 수 있겠단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공업지역이 많은 김해시의 특성상 양조장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반 년 넘게 김해지역을 이 잡듯이 뒤진 끝에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다.
“부지를 찾느라 집사람이 고생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장소가 여긴데, 이곳마저 허가가 안 나면 포기하려고 했죠.”
■ 원재료의 풍미를 살린 ‘어머니의 맛’
설립까지 진통이 있었지만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첫 작품이자 대표 술인 ‘가야 프리미엄 막걸리’(가야막걸리)는 2020년 7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반 년이 채 안 된 12월 1일 첫선을 보였다. 먼 친척이자 동래아들 막걸리로 유명한 부산 기다림양조장 조태영 대표의 도움이 컸다.
“양조장 공사를 하면서 설비를 갖추는 동안 기다림양조장에서 조태영 대표와 함께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완성된 레시피를 가져와 바로 술을 빚었기 때문에 빨리 출시할 수 있었어요.”
두 대표는 첨가물 없이 전통 방식 그대로 술을 빚어야 한다는 데 뜻이 일치했다. 원칙대로 가야막걸리엔 물과 쌀, 누룩과 효모만 들어간다. 쌀은 김해평야의 황금빛 기운을 듬뿍 받은 김해산이다. 특히 겨울부터 봄까지는 고향 가동마을 들녘에서 조 대표의 부모님이 직접 재배한 자경쌀을 쓴다.
가야막걸리는 20대를 겨냥해 개발한 술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단맛과 단향이 기본을 이룬다. 쌀가루를 분쇄해 밑술을 만들고, 고두밥으로 덧술을 한 이양주다. 발효 5일, 일반 숙성 25일, 저온 숙성 3일 등 술 빚기를 시작해 시중에 판매되기까지 33일이 걸린다. 초창기 전국의 롯데마트에 납품하며 한때 월 1만 5000병가량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대에 초점을 맞췄는데 의외로 어르신들이 더 좋아하세요. 옛날 막걸리처럼 걸쭉해서 ‘어머니의 맛’ 같다며 알아주시더라고요.”
두 달 뒤엔 어머니의 맛에 더 가까운 두 번째 작품 ‘님그리다’를 선보였다. 멥쌀과 찹쌀의 비율이 4 대 6으로, 가야막걸리와 반대다. 누룩을 다르게 쓰고, 숙성 기간도 배로 늘려 술 빚는 기간도 66일이나 된다. 가야막걸리보다 더 걸쭉하고 산미도 있어, 옛날 어머니가 빚으시던 막걸리에 더 가깝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뒤이어 지난해 7월엔 해외 수출용 리큐르 ‘블루문’을 출시했고, 지난달엔 증류주(소주) 3종을 선보였다.
특히 소주는 김해지역 농가에 도움이 되도록 지역농산물을 첨가해 맛을 완성했다. ‘가야25’(25도)는 장군차, ‘가야금주’(23도)는 유기농 생강, ‘탱자C’(23도)엔 야생 탱자가 들어간다.
소주 뚜껑을 열어 코를 가까이하니 재료의 향이 물씬 피어오른다. 술의 향을 중시하는 조 대표가 독자 개발한 증류방식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상압식에다 외국 술의 감압식을 혼합한 증류기로 재료의 향을 과하지 않게 살렸다.
■ 김해뒷고기와 가야의 술이 만나면…
가야양조장의 술은 우리나라 전통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특히, 김해지역 대표음식인 뒷고기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룬다. 김해뒷고기는 부산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원조를 맛보려면 김해로 가야 한다.
김해시 부원동 부산김해경전철 부원역 인근 시가지에는 뒷고기 상호를 단 식당만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그중 20년 역사의 ‘불야성뒷고기’의 뒷고기는 암퇘지 앞다리살만 사용해 잡내가 없고 깔끔하다. 가마솥을 만드는 주물로 특수제작한 불판과 숯불은 고기를 바삭하게 잘 익혀 준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묵은지와 함께 한 점 먹으니, 간도 적절하고 고소함은 배가된다. 여기에 가야막걸리를 곁들이면 ‘삼겹살+소주’ 부럽지 않은 궁합이다.
특히 불야성뒷고기는 손수 재배한 작물로 찬을 만든다. 김치를 비롯해 마늘·양파 장아찌, 마늘과 쌈채소 등 거의 모든 찬이 주인장의 밭에서 나왔다. 직접 쑨 메주로 끓이는 된장찌개도 지나칠 수 없는 메뉴다.
가야양조장의 술은 김해 삼계동 일부 가게와 유명식당에서 만날 수 있다. 축협하나로마트 등 중소형 마트와 온라인 매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술을 출시할 계획이다. 먼저 해병대전우회와 협업한 매실 증류주를 올여름 선보인다. 지역의 산딸기와 딸기를 활용한 ‘브랜디’, 알코올 도수를 높인 프리미엄 막걸리도 개발 중이다. 모두 수출을 염두에 둔 술들이다.
“국내에서 좋은 경쟁을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결국 수출이 돼야 진정한 전통주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전통주 세계화의 선봉장이 되고 싶습니다.”
조 대표의 포부를 듣고 다시 보니 가야양조장 로고부터 예사롭지 않다. 금관가야의 술잔을 중심으로 황금빛 벼 이삭이 둥그렇게 감싼 형상이다. 그 옛날 금관가야가 활발한 해상무역으로 번영했듯, 가야양조장의 술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는 그림이 그려진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제품명 : 가야 프리미엄 막걸리
-양조장 : 가야양조장(경남 김해시)
-내용량 : 750mL
-알코올 : 6.0%
-원재료 : 정제수·쌀·누룩·효모
[기자들의 시음평]
▶남형욱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가볍고 깔끔해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다. 3주쯤 지난 술은 산미가 더 올라와 상큼한 느낌.”
▶이상배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흙 내음과 꽃향기가 나는데, 뒷맛에서 그 향이 이어져 독특하다. 상큼하게 마실 수 있을 듯.”
▶이지민 디지털미디어부 에디터
“가벼운 단맛에 고소함도 살짝 느껴진다. 3주 된 술은 향이 더 강하게 올라와 입맛에 더 맞다.”
▶권채연 디지털미디어부 인턴
“탄산이 없는 편이라 먹고 나서 속에 더부룩함이 없다. 가볍게 견과류와 곁들이면 좋을 듯.”
[전문가의 맛 코멘트]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차분한 베이지 컬러에 곡물과 미세한 누룩 입자들이 보여 적당한 밀도감을 보여 준다. 부드럽고 순한 곡향이 피어오르며,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참외 향 등이 느껴진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고소한 향도 조금씩 더 나타난다. 향의 속성이 맛에도 담겼는데, 담백한 가운데 적당한 산미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드럽고 밀키(milky)한 질감이 혀에서 느껴지며 후미에서 산미의 여운을 남기는데, 쓴맛이나 알코올감 없이 은은하게 마무리된다. 이 관능평은 제품 수령 직후 바로 맛보고 쓴 것이다. 라벨에 표기된 설명처럼 냉장고에서 숙성하는 동안 맛의 캐릭터가 조금씩 바뀌므로, 주 단위로 맛을 느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다.”
2023-06-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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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인연] 장모가 작명해 준 부산 용호동 '나막집' 돼지곰탕
광우병 사태로 2008년 봄 '육식의 종말'을 선언한 지 15년이 지났다. 미국산 소 수입이라는 오직 한 가지 이유만이 육식을 유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생태주의자들과 어울리고 있었고, 지인 중에 채식주의자가 있어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육식하지 않았냐고?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실은 아닐 수도 있다. 일단 채식주의자의 입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까다로운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채식도 여러 등급으로 나눠 분류하고 있었다. 등급이 무슨 소용이랴 만은.
정확하게 말하면 채식 수준은 '페스코'다. 유제품인 치즈나 달걀은 섭취, 물고기 등 해산물은 먹는 '얼치기 채식주의자'. 해산물까지 안 먹는 '락토 오보'는 도전할 생각도 못햤다. 이 상황에서 '식물은 씹어먹으면 불쌍하지 않으냐?' 등의 도발적인 질문은 하지 말아 주시면 고맙겠다. 물고기가 통증을 느낀다는 실험 결과도 굳이 제시하지 말아주시면 정말 고맙겠다. 박애주의자는 아니니깐.
한 번은 큰동서가 '30년 채식주의자는 왜 소고기를 먹기로 결심했나'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걸린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라는 책이 나왔다고 추천했다. 읽어보겠다고 약속하고, 책을 읽었다.
독후감을 한 줄로 적자면 '나도 수천 에이커의 땅을 가진 방목 목장주와 결혼하면,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겠다'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 자기 상황에서 이해하고, 스스로 관대하다. 채식을 하면서도 따라오지 않는 마누라나,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섭섭함이나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
다만, 저들끼리 불고기 파티를 할 때는 좀 소외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부터는 호주산 쇠고기를 사서 스테이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올리브기름에 잔뜩 저민 이 요리는 '아빠의 시그니처 요리로 우리 집에서 추앙(?)받고 있다.
고기 안 먹는 이야기가 좀 장황해졌다. 눈치챘겠지만, 이제 육식을 다시 시작한다. 채식을 선언하면서 먹은 라면수프 속의 쇠고기 분말, 바다에서 산다고 해산물이라며 굳이 우기고 먹은 고래 고기, 닭 고운 육수로 만든 쌀국수, 채식하는 줄 모르던 선배가 쌈을 사서 내 입에 직접 넣어준 삼겹살 한 점. 이런 일탈의 기억은 이제 묻어도 되겠다.
모든 것에서 평온해지기 위해 현업에서 은퇴를 하면, 까다롭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시기가 당겨졌다. 4월에 제주도에서 모임이 잡혔고, 그렇다면 이참에 제주 고기국수 한번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동남아 여행 가서 닭고기 육수의 쌀국수를 먹은 터였다. 해외에서는 가급적 채식의 원칙을 지키지만, 정확한 재료를 몰라 안 그런 적도 있었다.
라오스에서 일이다. 쌀국수 국물이 새콤,매콤하고, 하도 맛있어서 육수 솥을 슬쩍 들여다봤더니 머리털이 숭숭하게 남은 닭 한 마리가 뽀얗게 끓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쌀국수에 소고기 고명을 얹어주는 메뉴에서 소고기를 빼달라고 했더니 가격을 맞춘다고 달걀을 2개나 풀어 첫 주문에서는 맛도 없는 쌀국수를 먹은 적이 있다. 다낭의 '포 코롱'의 사장님은 그 이후 요구한 '채식 쌀국수(?)'를 척척 잘 만들어 주신다. 지난해 다시 다낭에 갔을 땐 소고기 고명값을 빼고 가격을 깎아 주셨다.
고기국수나 쌀국수나 거기서 거기겠지만, 국내에서 곰탕, 돼지국수, 고기국수를 먹지 않았고, 제주에서도 멸치 육수로 만든 춘자국수만 먹었던 터라 고기국수는 환상 같은 게 있었다. 제주에서 유명하다는 집에 갔었는데 별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사장님에게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가 불러서 남겼다고 말씀드렸다.
채소 육수 베이스의 맑은 돼지국밥
어찌 '육식을 종말'한 것이 소문이라도 났던지 오래된 인연인 김일대 전무께서 밥 한번 먹자고 전화를 했다. 김 전무님은 부산~제주 여객선 서경페리의 전무이실 때 인연을 맺었는데 그 뒤 대마도 '쓰시마 리조트'에서도 업무를 이어가 자주 뵌 분이다. 사위가 용호동에 밥집을 냈는데 한 번 가자고 했다.
특이하게도 주메뉴가 돼지곰탕이라고 했다. 곰탕은 소의 각 부위를 푹 고아 끓여내는 것인데, 그만큼 육수에 자신이 있다는 얘긴가 보다. W아파트의 상가동 1층에 있는 가게는 생각보다 작았다. 20평이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중 주방 공간이 절반 이상 차지해, 사실상 주방을 둘러싸고 음식을 먹는 구조였다. 모든 조리 과정을 쳐다보면서.
돼지곰탕은 90%의 채소 육수와 10%의 돼지 사골육수로 만든다고 한다. 맑은 국물이다.
가게 이름은 '나막집' 사장 이름, 즉 김 전무의 사위 이름은 이성훈이다. 이 대표는 이쪽 업계에서는 꽤 알려졌는데 '낭만부엌'에서 10년을 일했다고 했다. 어찌 보면 이 업계의 베테랑인 셈이다.
누군가의 사위가 되었고, 자기 사업을 위해 나막집을 차린 것이다.
나막집은 나지막한 부엌이라는 뜻
가게를 준비하며 온 식구가 모여 상호를 정하는 회의를 했다. 처음엔 '낮은부엌'이라고 하기로 하고 알아보니 이미 상표 등록이 돼 있는 상호였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 대표의 장모가 사위를 위해 '나즈막한 부엌'을 제안했다. 좋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나즈막한 부엌은 등록할 때 너무 길어 '나막집'으로 결정했단다.
주방일이 바쁜 사위를 대신해 김 전무가 음식을 소개하며 곰탕 한술 떠보라고 했다. "쌀이 좀 설익은 것 같지 않나요?" 안 그래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쌀이 탱탱하게 살아있다. 그런데 이것도 하나의 비법이란다.
보통 돼지국밥은 토렴하거나, 밥을 국에 말게 되면 빨리 퍼지는데 쫀득한 쌀알의 느낌을 살아나게 하기 위해 밥을 좀 되게 짓는다는 것.
처음엔 좀 씹히는가 싶더니, 소주 몇 잔 먹고 밥술을 뜨니 참 알맞게 국물이 배 맛났다.
이왕 온 김에 이것저것 먹어보자 싶어 삼겹구이를 주문했다. 삼겹구이는 통마늘을 넣어 '전용 구이 기계'로 구워내고 있었다. 삼겹구이 기계가 빙빙 돌아가며 내부의 고기와 마늘을 먹기에 가장 적당한 맛으로 구워주는 것. 취향에 따라 고수를 얹어 먹는다. 고수 좀 많이 달라고 했다.
창녕 우포늪 인근 술도가에 만든 전통주 '조선주조사'도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청주다. 소맥을 먹다가 먹으니 좀 도수(알코올 14도)가 약한 듯했다. 처음부터 청주를 선택했다면 탁월했겠다.
장인이 와도 덤 서비스는 없어
당일 삶아 촉촉하고 부드럽다는 수육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늦게 배운 00이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안주가 금세 동이 난다. 맛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음식량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김 전무가 말했다. "사위는 장인이 와도 딱 무게를 달아서 내주더라고요. 덤으로 조금 더 줘도 될 텐데 안 줍디다." 철저하게 무게를 달아 정량을 내는 고집이 있다.
한 접시를 더 시키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 맛보기 수육(9000원)이 해결사다.
그런데 여기가 W아파트 공간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아파트 주민으로 보인다. 가족끼리 와서 식사를 하는 팀이 많았다. 음식을 거의 다 먹었을 즈음 이 대표가 장인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내일 준비할 음식을 하러 장에 나간다며 먼저 나간다고 했다. 나막집에서 내놓는 김치는 다 직접 담그는 것이라고 했다. 수육의 특징은 칼질. 잘 삶은 수육을 덩이째 썰어 무게를 단 뒤 잘 드는 칼로 얇게 썰어내는 게 비결. 고기가 혀에 감긴다.
주방에서는 특이하게 사장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이 모두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다. 일종의 나막집만의 규율이었다. 사장이 퇴근하고 난 뒤 서빙 직원에게 슬쩍 물어보니 수건을 두르니 좀 덥긴 하다고 한다. 날이 더워지는 여름에는 얇은 세프 모자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지인의 사위가 하는 집이라 편하게 하는 말이다.
매주 화요일 휴무. 돼지곰탕 9000원, 고기가 배인 특돼지곰탕 1만4000원, 칼국수 8000원, 수육·삼겹구이 각 29000원.
2023-05-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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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솔향을 마신다…소나무, 명주가 되다 [술도락 맛홀릭] <11>
가가호호 술을 빚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100년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급된 지역특산주 면허만 1400건에 이르고, 해마다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가 탄생한다.
전통주엔 지역의 특색이 오롯이 담겼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술을 빚어, 특산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부산일보>는 ‘술도락 맛홀릭’ 기획시리즈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하고, 지역의 맛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등 전통주 전문가도 힘을 보탠다.
기개, 뚝심, 한결같음.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절개의 소나무와 전통의 우리 술이 만났다. 전통에 내음이 있다면, 왠지 솔솔 피어나는 솔향을 닮았을 것 같다. 경남 함양군에는 이름부터 소나무를 앞세운 양조장이 있다. 집안의 며느리가 오랜 가양주 맥을 이었고, 명주(名酒) 명인(名人)의 반열에 올랐다. 그 비결을 찾아 나섰다.
■ 오래오래 두루두루 대통령도 인정한 술
함양군 읍내에서 지곡면 개평마을로 접어드는 길. 마을 초입 야산 중턱에 소나무를 닮은 글씨체의 커다란 입간판(‘솔송주’)이 눈에 들어온다. 박흥선(70) 명인이 30년 가까이 남편과 함께 일궈 온 술도가 (주)솔송주의 본거지다.
양조장 방문에 앞서 ‘솔송주문화관’으로 향했다. 개평한옥마을 내에 있는 솔송주문화관은 솔송주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는 공간이다. 15년 전, 박 명인은 자신의 생활공간이기도 한 시댁의 뒷마당에 자비를 들여 문화관을 지었다.
문화관 내부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낯익은 얼굴과 함께한 사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전직 대통령들이다. (주)솔송주의 술이 오랫동안 두루두루 인정받아 왔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솔송주는 2019년 대통령 설 선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정상회담 만찬주나 국제행사에서 건배주 등으로 여러 차례 소개됐어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이나 퇴임 이후 찾아 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27번째 식품명인이자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박 명인은 전통주 세계에선 큰어른이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시어머니께 배운 대로 가끔 집에서 술을 빚던 박 씨는 1996년 덜컥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술이 맛있는데, 많이 좀 만들어 보라’는 주변 어르신들의 권유에 마음이 동했다. 박 씨 부부는 선산 골짜기에 술도가(‘지리산 솔송주’)를 차렸다.
“무식이 용기였죠. 근데 막상 뛰어들어 보니 너무 힘든 거예요. 처음에 술독 열 개를 쭈욱 해놨는데 온도를 못 맞춰서 술이 다 쉬어버렸어요. 술 홍보를 해주겠다며 가져가선 술값을 떼먹는 사람들도 많았죠.”
초반 7년은 계속 적자였다. 그러다 복분자를 재배하며 함께 선보인 복분자술이 인기를 끌었고, 양조장도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복분자가 효자 노릇을 했지만, 지금의 (주)솔송주를 있게 한 대표술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솔송주’(13도·약주)다. 박 씨를 명인으로 만들어 준 술이기도 하다. 증류주인 ‘담솔’(40도·리큐르)도 못지않은 호평을 얻고 있다. 두 술 모두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한민국 주류대상 등 국내외 각종 주류대회에서 다관왕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담솔은 2020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호주·캐나다 등지로 수출길을 넓히고 있다.
■ 전통주와 칵테일, 매력 넘치는 만남
(주)솔송주 술의 가장 큰 특징은 ‘송순’(소나무의 어린 싹)이다. 전통 방식의 솔송주는 4~5월 개평마을 주변 산에서 딴 송순을 쪄서, 밑술에 고두밥과 함께 넣어 발효시킨다. 담솔은 솔송주를 방울방울 정성스레 증류한 술이다.
“증류를 하고 난 뒤 숙성을 오래 하면 할수록 좋아요. 담솔은 최소 6개월 이상 탱크에서 숙성시키는데, 길게는 2년에서 5년이 넘은 술도 있습니다.”
처음엔 박 명인 혼자서 수작업으로 술을 빚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자동화 설비를 갖췄고, 지금은 2000L짜리 대형 증류기로 술을 내린다. 대신 솔송주문화관에서 전통 방식인 소줏고리 증류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엔 박 명인이 직접 시연에 나섰다. 고택 마루 한편에 보관 중인 술독을 열자 송순 향이 어우러진 술 익는 내음이 은은하게 번진다. 수면 위로 동동 떠오른 쌀알과 송순은 술이 잘 익었다는 증거다.
가마솥에 한 바가지 술을 붓고 소줏고리를 올린 다음 아궁이에 불을 붙인다. 얼마쯤 지났을까. 주둥이 끝으로 한 방울 두 방울 맑은 액체가 떨어진다. 명인의 정성이 빚어낸 영롱한 빛깔이다.
“발효는 온도를 비롯해 환경을 잘 만들어야 해요. 술을 ‘빚는다 빚는다’ 하는데, 진짜 비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된다는 걸 많이 느끼거든요.”
담솔은 알코올함량이 40%나 되지만 향만 놓고 보면 고도주스럽지 않다. 병에서 잔으로, 잔에서 코끝으로 은근히 퍼져 나가는 솔향엔 상쾌함을 넘어 향긋함마저 감돈다. 한 모금 입으로 가져가면 그제서야 알코올이 본색을 드러낸다. 그래도 독한 정도가 비슷한 고량주나 양주보다 덜 자극적이고, 목넘김도 부드럽다.
독한 술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칵테일로 즐길 수도 있다. 한복 차림의 명인이 만들어주는 전통주 칵테일이라니.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칵테일 4종 중 가장 인기 있는 ‘담솔 줄렙’은 담솔 한 잔과 라임·민트·탄산수·얼음 등이 들어간다. 블루 큐라소를 살짝 넣은 ‘솔바람’은 파란 빛깔부터 매력적이다. 담솔을 맛본 바텐더가 직접 칵테일 레시피를 추천했다고 한다. 과연 술 초보자도 즐길 만한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다.
■ 지리산 흑돼지와 나물, 반주로 즐겨도…
서로 닮은 한국인과 소나무처럼, (주)솔송주의 술도 우리나라 전통 음식과 두루 어울린다. 도수가 높은 담솔은 생선회·돼지고기 등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입맛을 깔끔하게 잡아 준다.
함양은 지리산 흑돼지가 유명해 곳곳에서 흑돼지 요리를 만날 수 있다. 그중 상림공원 인근 ‘까망꿀꿀이’는 현지 주민들도 즐겨 찾는 흑돼지 맛집이다. 두툼한 생삼겹·목살은 빛깔부터 신선함이 감돈다. 흑돼지답게 식감 역시 일반 삼겹살보다 훨씬 쫄깃하다. 바삭하게 구운 비계도 느끼하지 않다. 여기에 담솔 한 잔을 더하면, 돼지고기의 고소함에 상쾌한 솔향이 어우러지면서 입이 더욱 바빠진다. 지리산 기슭, 산이 많은 고장답게 쌈 채소엔 취나물 등 제철나물이 함께 나온다. 묵은지와 조피 가루를 넣은 겉절이 등 찬도 입맛을 돋운다.
솔송주는 한식에 곁들여 반주로 즐겨도 좋다. 고깃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예당’은 산채비빔밥 전문이다. 함양 할머니들이 채취한 취나물·피마자·머위나물·고사리 등 10여 가지 푸짐한 나물에다 산양삼이 화룡점정이다. 쌉싸름한 산양삼과 함께 매일 달라지는 나물반찬은 접시째 비우면 약이나 다름없다.
함양의 청정 자연과 소나무의 기운 덕분일까. 박 명인의 시어머니는 97세까지 솔송주를 드셨고, 100세 넘게 장수하셨다고 한다. 정작 명인은 술을 잘 못 마신다. 그래서 술 빚기에 더 진심이다.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외국 술에 비해 무시당하곤 했는데, 지금은 젊은이들이 전통주 양조에 뛰어들 정도로 열기가 대단해요. 특히 우리 솔송주 술은 해외로 수출되는데, 외국에선 우리나라의 얼굴이잖아요. 그러니 더 열심히, 더 좋은 술을, 더 잘 빚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은 상당수 작업을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박 명인은 여전히 오전 8시 30분 출근해 하루 종일 양조장에서 보낸다. 한결같은 모습이 소나무를 닮았다. 그 뚝심으로 조만간 25도짜리 담솔을 출시할 예정이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동영상=김보경 PD harufor@
-제품명 : 담솔40
-양조장 : (주)솔송주(경남 함양군)
-내용량 : 375mL
-알코올 : 40.0%
-원재료 : 정제수·쌀·입국·누룩·송순농축액·꿀 등
[기자들의 시음평]
▶김희돈 스포츠라이프부 부장
“목넘김이 좀 부담스러운데, 얼음을 넣으니 훨씬 깔끔하다.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겠다.”
▶남형욱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도수는 굉장히 높지만 깔끔하고, 달짝지근한 향도 느껴진다. 차갑게 마시면 더 좋을 듯.”
▶이상배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비슷한 도수의 독하기만한 고량주와 달리 상쾌하고 좋은 향이다. 느끼한 음식과 먹고 싶다.”
▶이지민 디지털미디어부 에디터
“너무 독해 식도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운 맛인데, 얼음이랑 같이 마시면 좋다.”
[전문가의 맛 코멘트]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바닐라 향과 함께 달콤한 향이 메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흰 꽃 향과 아주 약간의 바나나 향, 참외 같은 과일 향이 함께 느껴진다. 향의 강도는 중간 이상으로, 알코올 감이 조금 강한 편이다. 맛에서도 부드러운 곡물의 단맛이 혀를 적시며 퍼져나가는데, 여기에 향이 함께 움직이듯 춤춘다. 맑고 깨끗한 소나무라는 이름 그대로 입안에서의 느낌도 부드럽고 깔끔하다. 후미에서 40도의 존재가 강하게 발산되며 여운이 길다. 상온에서 즐기면 좋을 것 같은 증류주도 있지만, 담솔은 청량함을 더하는 게 이 술의 매력을 살려 주는 듯하다. 차갑게 맛보는 걸 추천한다.”
2023-05-24 [0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