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21세기 골드러시’ 천연수소를 찾아라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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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묻힌 인류의 차세대 에너지원
기존 수소의 고비용 문제 해결할 대안
대량 매장 지역 발견 땐 ‘에너지 대박’
미국·유럽 등은 탐사·발굴 경쟁 치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전 지구적 이슈가 된 이후 친환경 에너지원 발굴은 인류 전체의 과제가 됐다. 지구를 보호하면서 현재의 인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은 금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현재 인류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는 대상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연력과 우주에서 발견된 원소 중 가장 풍부한 수소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미 ‘2050년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선언한 우리 정부는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으로 수소를 꼽고 이와 관련한 정책 추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소의 에너지원 활용에는 아직 넘어야 할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대체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는 높은 생산 비용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땅속에서 이러한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천연수소가 유럽 알바니아에서 대량으로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작년 5월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3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전시된 수소 연료전지 멀티콥터 드론. 부산일보DB 대표적인 대체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는 높은 생산 비용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땅속에서 이러한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천연수소가 유럽 알바니아에서 대량으로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작년 5월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3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전시된 수소 연료전지 멀티콥터 드론. 부산일보DB

■ 기존 수소 활용 단점 극복할 천연수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하기도 하고 물의 3분의 2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로 일반인에도 익숙하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수소의 생산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로 다른 원소와 반응성이 높아 수소 그 자체로만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다른 원소와 화합물로 존재해 순수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산업적인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그레이(회색)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으로 나뉜다. 그린 수소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는 청정한 수소지만, 비싼 비용이 단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메탄을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얻은 방식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그레이 수소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수소를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바로 천연수소의 발견이다. 지구의 지층에서 수소가 자연적으로 샘솟는 곳이 알려진 것이다. 화산에서 가스가 나오듯 방출되는 수소를 활용한다면 기존 수소 활용의 단점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천연수소는 지구 전체에 5조 톤가량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상업적인 추출에 성공할 경우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2021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선보인 양산형 수소 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전기트램 시험 차량. 부산일보DB 천연수소는 지구 전체에 5조 톤가량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상업적인 추출에 성공할 경우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2021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선보인 양산형 수소 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전기트램 시험 차량. 부산일보DB

■ 지구 땅속에 5만 년 사용량

천연수소의 놀라운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를 찾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와 알바니아 과학자들이 알바니아의 한 광산 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천연수소 샘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광산에서 나오는 물의 흐름을 추적한 끝에 땅속 1㎞ 지점에서 자연적으로 수소를 뿜어내는 물웅덩이를 발견했는데, 30㎡ 크기인 이 한 곳에서 솟아 나오는 수소만 연간 11톤 규모라고 한다.

연구팀은 여기뿐만 아니라 인근 갱도와 동굴에서도 방출되는 수소 가스를 찾았다. 이를 종합한 결과 이곳에서 나오는 수소 가스는 연간 최소 200톤이 넘으며, 순도도 84%에 이를 정도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보고된 천연수소 방출량 중 최대 규모다.

천연수소가 이곳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래 알려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미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지하에는 최대 5조 톤의 수소가 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의 연간 수소 소비량이 1억 톤 정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5만 년가량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세계 각국의 치열한 천연수소 탐사·발굴 경쟁에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차량 충전구에 충전건이 꽂혀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 각국의 치열한 천연수소 탐사·발굴 경쟁에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차량 충전구에 충전건이 꽂혀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미국 등은 정부 차원 지원 박차

엄청난 규모로 추정되는 지구 지층의 천연수소가 시장에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천연수소 추출 가능 지역의 지질조사를 비롯한 여러 관련 사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추출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수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천연수소의 대량 매장이 확인된 이상 이의 활용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등은 천연수소 탐사·발굴에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땅속의 청정한 수소를 탐사하고 추출하는 기술 연구에 2000만 달러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층에 매장된 수소의 일부만 추출해도 수천 년 정도는 에너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작년 전국 5개 지점에 측정 장치를 설치해 국내 최초로 천연수소 발생을 확인했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21세기 골드러시’의 대상인 천연수소를 발굴·활용할 수 있는 첫발은 내디딘 셈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고 또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에너지원으로서 신기원을 열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만큼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러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정말 ‘에너지 대박’이 터질지 누가 알겠나.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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