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빼고 상생하려다 곤욕 치른 의령군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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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취수원 다변화 협약했다 취소
농업용수 부족 이유 주민 반발에 화들짝

지난달 22일 경남 의령군청 앞에서 ‘낙서면 낙동강취수반대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동의 없이 부산시와 상생 협약을 맺은 오태완 의령군수를 비판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지난달 22일 경남 의령군청 앞에서 ‘낙서면 낙동강취수반대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동의 없이 부산시와 상생 협약을 맺은 오태완 의령군수를 비판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경남 의령군이 부산시와 맺은 상생협약을 단 2주 만에 뒤집으면서 협약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궁금증이 집중된다. 의령군은 주민 동의 없이 일을 벌였다가 뿔난 여론에 고개를 숙이고, 뒤이어 부산시에는 일방적인 통보만 해 불필요한 오해만 샀다. 가뜩이나 풀기 어려운 부산 맑은 물 공급 문제가 더 꼬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5일 의령군과 ‘낙서면 낙동강취수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의령군이 부산시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 관련 상생발전 협약을 맺은 때는 지난달 12일이었다. 이 사업은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의령 낙동강 강변여과수 90만t을 취수해 부산과 경남동부에 공급하는 것으로, 환경부에서 추진한다.

주민들은 사업 영향으로 농업용수 확보가 힘들어지고, 사업지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라 우려한다. 때문에 ‘주민동의’가 선결 조건이다.

하지만 의령군은 의령 주민 동의 절차 없이 덜컥 상생 협약을 맺었다. 언론 보도로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대책위는 부군수와 담당 실국장을 만나 유감을 표하며, 협약을 파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대책위는 지난달 22일 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의 짓밟은 의령군수 사퇴하라”고 반발했다. 격양된 여론에 오태완 의령군수는 대책위와 면담 과정에서 협약 폐기를 약속했다. 부산시에 협약 파기 사실을 알린 방식도 일방적 통보였다. 오 군수가 직접 협약서에 서명한 지 불과 2주 만이었다.

군은 공문을 통해 ‘사업 추진 시 발생하게 될 문제점을 짚어보고, 양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검토하는 게 협약 내용’이라며 ‘앞으로 군민 동의에 따라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대책위에 밝혔다. 손환식 대책위 위원장은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보는데, 협약이라지만 주민 동의를 얻어야 했다. 단체장이라고 마음대로 결정해도 된다는 건 잘못”이라고 질타했다.

부산시는 성급하게 협약을 해지하기보단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자는 뜻을 전했지만, 의령군은 미온적이다.

군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앞으로의 (사업 추진)일정도 미정”이라며 에둘러 말했다. 이에 ‘변덕 행정’으로 정책 신뢰만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경남대 최슬기 행정학과 교수는 “조변석개로 바뀌는 정책들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고, 주민들의 정책 신뢰도도 떨어트린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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